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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민 이용 선생 서예세계의 특징
산민 선생 서예세계의 특징으로 먼저 조화와 질서를 꼽을 수 있다. 내디딤과 끌어당기는 보폭에는 면밀한 배려와 섬세한 균형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다스려진 점획은 서로 융화하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흥취가 있으면서도 방종에 이르지 않을 정도까지 풀어놓고, 꽉 조이면서도 질식되지 않게 하는 조화와 질서, 균형과 통일성은 엄정한 절제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점획과 문자의 세계가 곧 우주 변화의 조율이라고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음으로 필획의 세련미를 들 수 있다. 산민 서예는 내적으로는 고답적이고, 외적으로는 현대적 세련미의 극치이다. 금문 자형을 가지고 모필의 자재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가는 흔치 않다. 산민 서예의 세련미는 글자 간의 호응과 면밀하게 이어지는 연결성의 풍격을 현대적 감각과 정제된 필획으로 구사하는 데 있다. 흐트러지지 않게 견지하는 내적 통제력은 작품이 넘치지 않으면서도 결코 모자람이 없는 경계를 유지시킨다. 문자향(文字香) 역시 산민 선생의 서예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서예는 문자를 통하여 일어서는 예술이므로 시문(詩文)에 대한 공부를 간과하고서는 향취 높은 작품에 이르기 어렵다. 작품의 이면에 문의 향을 풍기지 않고서는 깊은 예(藝)를 갖추기 어렵다. 차원 높은 서예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문(文)의 향을 음미한 후 그 맛과 향을 조형적으로 전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산민 선생의 저서 『한묵금낭(翰墨錦囊)』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책이 아니다. 고전을 꼼꼼하게 섭렵하는 과정에서 문한(文翰)과 필묵의 맛과 향을 골라 담은 ‘주머니[囊]’인 것이다.
금문 서예의 새로운 지평 개척
산민 선생의 서예 세계에서 ‘금문(金文)’을 놓고 지나갈 수는 없다. 한국 서예에서 금문 서예의 부각에 가장 크게 공헌하고 선도한 작가가 바로 산민 선생이기 때문이다. ‘금문’은 청동기에 새긴 명문을 말한다. ‘金(금)’은 고대부터 금속의 대표적 성격을 띠고 있는 글자이기 때문에 금문에서의 ‘金’은 중국 고대 청동(靑銅)을 의미한다. 금문은 청동기를 주조할 때 주물 틀[거푸집]에 새겨 넣은 글자들인데, 이로 인해 금문의 다른 명칭으로 종정문(鐘鼎文)이라고도 한다. 산민 선생은 『금문천자문』과 『소전천자문』 출간으로 시동을 걸고, 『칠체천자문-금문편』과 『금문으로 쓴 채근담』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금문서예의 미감을 부각시켰다. 이어 금문으로 쓴 『한국한시 삼백수』, 『중국한시 삼백수』, 『명문 100선』에 이르기까지 2년 간격으로 출간되어 나온 금문(金文試探) 시리즈는 금문서예의 교과서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 맞추어, 한국과 중국의 명문장 100편을 골라 금문으로 전문을 쓴 『명문 100선』의 출간은 금문 서예의 금자탑이다. 이곡「차마설(借馬說)」, 정도전의 「묵죽부(墨竹賦)」, 이이의 「시습잠(時習箴)」, 허균의 「누실명(陋室銘)」, 박지원의 「소완정기(素玩亭記)」, 정약용의 「화기재잠(和己齋箴)」 등 한국의 명문장과 중국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 등 널리 애송되는 명문에서부터 한유(韓愈)의 「백이송(伯夷頌)」, 백거이(白居易)의 「양죽기(養竹記)」, 주희(朱熹)의 「학고재명(學古齋銘)」, 오징(吳澄)의 「경명(敬銘)」, 심주(沈周)의 「안거가(安居歌)」 등 100편의 명문장이 금문 서예로 한 자리에서 만난다. (* 뒤편에 게재한 전체 목록 참조) 산민 이용 선생은 유교 경전, 고전 시문뿐만 아니라 불교 경전에도 깊다. 2009년 9월 22일에 화엄사에서 제막식을 가진 동헌당 태현 대종사 사리탑비의 글씨를 쓴 서예가가 바로 산민 선생이다. 또한 수많은 전국 유명사찰의 현판과 주련 들을 휘호하기도 하였다. 산민 선생은 이번 전시에 《금강경》 전문을 금문으로 쓴 「금강경 10폭 병풍」, 「반야바라밀다심경」 등을 선보인다. 불법의 세계를 금문으로 씀으로써 숭고함을 높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하겠다.
고대 문자미의 예술적 승화
산민 선생은 금문 서예의 미학적 완성도, 문자학 연구의 심도, 조형미의 극대화 등에서 이전과는 다른 경지를 보여주었다. 산민 금문의 차별성은 획(劃)에 있다. 금문이 주물(鑄物)로 형체를 갖추지만 그 동기(銅器) 명문(銘文) 이전의 획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글자가 지닌 획의 움직임을 쓰고자 하였다. 산민 금문 작품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행기(行氣)’이다. 그림의 요소가 배어 있고, 속도 역시 상당히 떨어진 금문에 동적인 느낌을 부여하기란 쉽지 않다. 산민 금문은 행필(行筆)의 느리고 빠름과 먹의 농담(濃淡) 변화로 힘과 속도를 표현하였다. 정지 속에 율동이 있고, 지속(遲速) 안에 동세(動勢)가 있다. 동기(銅器)에 주조된 글자가 아니라 명문(銘文) 획의 특성에 주목하였기에 갈필(渴筆)과 박묵(發墨)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당 금문자를 불러내는 데 막힘이 없어야 한다. 금문을 깊게 꿰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문자 이해가 선행되어야 했고, 변화된 금문자의 다양성을 충분히 체득(體得)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다.
산민 선생의 서예작품에는 균형미, 형태미가 있고, 동감이 있다. 기맥이 통하고, 시와 문장 속에 갖추어진 운율이 끊어짐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예를 들어 금문의 웅후하면서도 고졸(古拙)함을 충분히 취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구현한다. 그리하여 동기 명문의 금문 특징이 모필의 특성과 융합하면서 독특한 ‘산민 금문체’로 정착되는 것이다. 고대 자미(字美)의 예술적 승화는 완벽한 외형적 재현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심미적 요소를 작가의 내적 관점에서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서예의 매력은 문자를 의사소통과 기록 수단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미를 획득하였다는 데 있다. 그러나 다른 조형미와의 차이는 형상미에 국한되어 머물지 않고 형상미 안에 사의성(寫意性)을 담아냈다. 그리하여 산민 선생의 서예작품에는 시문의 향기가 더해져있다. 씨줄로는 한중 역대 시문을 종주하고, 날줄로는 한문과 한글 서체의 조형미를 담아냈다. 이번 한국미술관의 산민 이용 특별초대전은 씨줄과 날줄을 촘촘하게 엮으면서 펼쳐내는 한문과 한글 서예의 깊고 그윽한 향기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